한국섭식장애정보

회복은 직선적이고, 완벽하고, 확정적인 상태가 아닙니다

회복은 계속 상승하는 그래프처럼 나아가는 일이 아닙니다. 한 방향으로만 나아가는 것도 아닙니다. 백도가 있는 윷놀이처럼, 종종 뒷걸음치기도 하고, 기껏 멀리 나갔다가 다시 출발점 근처로 돌아온 것처럼 느껴지는 날도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병과 관련된 생각과 감정이 전부 깨끗이 사라지고, 완벽한 건강 상태를 얻게 되는 일도 아닙니다.

병원에 갔다고, 큰마음 먹고 입원치료를 결정했다고, 체중이 늘었다고, 증상이 줄었다고 해서 바로 “예전의 아이”로 돌아오는 것은 아닙니다. 몸이 회복되어도 마음은 여전히 힘들 수 있습니다. 식사가 나아져도 불안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학교나 직장에 복귀한 뒤 다시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가족은 조급해질 수 있습니다.

“언제쯤에야 다 나을까?”
“좋아진 것 아니었어? 아직도 뭐가 더 부족하니?”
“좋아진 것 같더니만, 왜 또 이러지?”
“우리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왜 다시 무너지니?”

앞서도 말했듯, 섭식장애를 겪는 사람을 가족으로서 지지하고 돕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지치고 실망한 가족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사자 역시 가족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고, 성공하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을 수 있습니다. 그런 말은 당사자에게 깊은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섭식장애로부터의 회복은 과거 어느 한 시점으로 빠르게 돌아가는 일이 아닙니다. 예전과 똑같은 나로 돌아가는 것도 아닙니다. 회복은 지금과 다르지만 예전과도 다른, 더 안전하고 더 넓은 삶을 새로 만들어가는 길고 인내심이 필요한 과정입니다.

회복 중에 다시 흔들리는 일이 있다고 해서 그동안의 노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시 증상이 나타났다고 해서 처음으로 돌아간 것도 아닙니다.

당사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아닙니다. 자기 인생에 손 놓고 있는 사람도 아닙니다. 겉으로는 제자리를 맴도는 것처럼 보여도, 안에서는 계속 배우고 있을 수 있습니다. 무엇이 나를 무너뜨리는지, 무엇이 나에게 조금이나마 용기를 주는지, 어떤 말과 관계가 나를 더 힘들게 하는지, 어떤 도움은 받을 수 있고 어떤 방식은 견디기 어려운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사람은 어떤 경험도 완전히 헛되이 지나오지 않습니다. 섭식장애의 시간 역시 단순히 잃어버린 시간이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그 안에서도 당사자는 자기 몸, 마음, 관계, 두려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배우고 있습니다.

가족이 할 일은 “대체 언제 나을 거니?”라고 캐묻거나 질타하는 일이 아닙니다. 지금 흔들린 이유가 무엇인지, 어느 부분을 함께 더 살펴야 하는지, 지금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다정하게 같이 보는 일입니다.

회복은 다시는 흔들리지 않는 상태가 아닙니다. 흔들릴 때 더 빨리 알아차리고, 전보다 조금 더 담담하게 돌아오는 힘을 기르는 과정입니다.

중요한 것은 실망하지 않는 척하는 것이 아닙니다. 실망과 두려움이 들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되, 그것을 당사자에 대한 비난이나 개인의 실패로 돌려주지 않는 것입니다.

이렇게 말해볼 수 있습니다.

“다시 힘들어졌다고 해서 네가 실패한 건 아니야.”
“이번에는 무엇이 어려웠는지 같이 살펴보자.”
“예전의 너로 완전히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지금의 너를 버려야 한다고도 생각하지 않아. 나는 어떤 순간의 너이든 너를 사랑해.”
“다만 네가 덜 위험한 쪽으로 돌아설 수 있게 같이 조정해보자.”
“시간이 걸려도 괜찮아. 하지만 계속 더 나은 쪽으로 함께 가자는 약속만큼은 놓지 말자.”